피아노 독학 연주를 시작한 사연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정작 그 녀석들은 언제나 불평을 내게 늘어놓았지만, 나는 피아노가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소망은 내면의 침묵에서 잠들어야 했다. 집안 경제적인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남자에게 음악 교육은 그다지 필요없다고 여기셨던 부모님의 편견이었다.

막내누나는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피아노 교본을 몰래 훔쳐 보며 혼자서 독학해서 몇 곡을 쳐냈을 때의 기쁨, 이 역시 마음속에 묻어 두고 살았다. 성인이 된 누나는 먹고사는 일에 아이 키우는 일에 바빠서 피아노를 멀리하였고 이내 연주를 안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이사하면서 집 안에 있던 피아노를 팔아버렸다.

나도 피아노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가 수험생 시절에 우연히 클래식 피아노 연주에 귀가 끌려 지금은 날마다 듣는다. 좋은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를 자신이 만들어내고 싶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피아노를 연주하겠단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직장에서 탄력근무제를 하면서 퇴근이 1시간을 앞당겨졌고 1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피아노 연주였다.

실제 피아노 연주는 만만치 않았다. 일단 피아노가 비싸다. 사더라고 그 큰 걸 어디에 둘 것인가? 손가락 연습은 중노동에 가깝다. 편하기 들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들여야 노력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소망이 크다면 그 비용과 노력을 감수할 수 있다. 배우는 재미와 능숙해지는 연주의 놀라움이 그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 준다.

여건상 디지털피아노를 치고 있다. 학원을 다닐 형편이 아닌지라 독학한다. 악보 읽는 방법도 가물거릴 정도인 완전 초보자인 내가 무작정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곧장 치려고 덤볐다. 되긴 되더라. 워낙 치고 싶으니까.

하루 한 음이라도 전진해라. 절대 멈추지 마라. 그 누구를 위해서 치는 것도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해, 그저 하고 싶어서, 할 수밖에 없기에 하는 것이다. 포기는 있을 수 없다.

2011.08.09

Posted by 러브굿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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