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 1악장 빠르기, 이렇게 빨리 치는 게 맞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1악장 빠르기 표시를 보면 알레그로 Allegro라고 나옵니다. 이 단어 뜻을 찾아보면 빠르게, 기쁘게 이렇게 나오고요.

이 알레그로에 대한 해석은 무척 빠르게 치는 게 대세입니다. 어느 피아니스트이건 베피소 1번 1악장을 비교적 천천히 치는 사람이 드뭅니다.

미카엘 코스틱(Michael Korstick)은 정말 빠르게 칩니다. 듣고 있으면 숨이 가파집니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는 기본적으로 작가의 해석에 충실하고 그 외 여백을 연주자가 자기 마음대로 채우는 식입니다. 어찌 보면 갑갑해 보이는데, 클래식 장르의 틀이니까 싫으면 재즈로 가면 되죠. 어쨌거나 클래식 음악 연주자에게 해석의 여지가 그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같은 곡의 다른 연주자 음반을 사게 되고 새로운 연주자를 기대하는 이유죠.


브렌델은 이 곡 1악장을 비교적 천천히 연주합니다. 절대 느린 것은 아닌데, 예전 속도에 익숙하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집니다.

브렌델이 연주하는 속도에 익숙해지면 이게 본래 이 곡의 빠르기인 것 같습니다. 1악장만이 아니라 1번 전 악장에 걸쳐 살짝 느리면서 충실한 음의 진행을 들려줍니다. 이 때문인지 음대 입학 시험 준비하는 사람은 브렌델 음반을 즐겨 듣는다고 하더군요.

글렌 굴드의 연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흥얼거리는 거야 어느 곡 연주에서는 그렇고, 그 특유의 명쾌한 음 처리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을 바흐 식으로 치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이상한데요. 조금만 계속 듣고 있으면, 음이 하나하나 또박또박 또랑또랑 들리는 게 신기합니다.

글렌 굴드도 베피소 1번 1악장 연주 빠르기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전 악장에 걸쳐 그렇게 빠르게 연주하지 않고요.

굴드는 오히려 한술 더 떠서 2악장 아다지오를 훨씬 느리게 연주합니다. 살짝 답답할 정도로 느립니다. 하지만 들으면 이게 또 마음에 들죠.

Posted by 러브굿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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