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 글렌 굴드 연주 1955년 - 광란의 38분 23초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 글렌 굴드 연주 1955년 - 광란의 38분 23초
바흐 연주, 특히 바흐 피아노 작품 연주는 글렌 굴드 이전과 이후가 있다. 바흐 건반 작품을 연주하려는 사람 치고 글렌 굴드의 연주를 안 듣고서 뭘 좀 해 보겠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무모하다고 해도 될 정도다.
음악가의 삶은 우리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평생을 아름다운 음악 작곡에 충실하게 바친 사람, 바흐. 작곡한 곡이 너무 많아서 정말 한 사람이 이렇게 쓴 것인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곡의 감성은 왜 그리도 깊고 풍부한지.
굴드는 한 평생을 거의 바흐 곡 연주로 보냈다. 물론 다른 음악가의 곡도 연주했으며 피아노 연주 외에 다른 활동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글렌 굴드는 바흐 피아노 곡 연주자로 기억한다.
바흐 - 굴드 - 피아노. 내게는 이 세 단어가 한 묶음, 하나가 된지 오래다. 굴드 중독이 너무 심해서 다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잘 듣지 못해서 일부러 한동안 굴드 연주를 안 듣기도 했다.
글렌 굴드는 피아노 터치를 맑고 가볍게 표현한다. 그래서 종종 하프시코드와 피아노의 중간 음을 만들어낸다고들 한다. 굴드의 연주를 곁에서 들었던 사람은 그 피아노에서 저런 소리가 난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고백한다.
글렌 굴드의 1955년 녹음 음반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 굴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 시디를 들으면 제품 불량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계속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굴드에 중독되면, 그의 흥얼거림이 안 들리면 그게 더 이상하게 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피아니스트가 곡을 잘 암기하고 잘 연주하기 위해 일부러 음음 하면서 노래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연주하면서는 그러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굴드는 평생 이 흥얼거리며 연주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녹음 연주마다 거의 다 이 웅성거림이 들린다.
다른 음반 듣기에서는 연주자의 숨소리를 거슬려 할 정도로 예민한 내가, 굴드의 이 흥얼거림에는 관대하다 못해 커피 중독처럼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다.
굴드는 골드베르그 변주곡 연주의 속도에서 극단적인 대비 효과를 만들었다.
맨 앞 맨 뒤 아리아를 빼고 총 30곡의 변주곡이 있는데, 앞쪽에 있는 변주곡은 광속이라 할 정도로 빠른데 중간 이후 변주곡은 달팽이 기어가는 것처럼 느리다. 누군가는 우주가 폭발했다가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인다고 감상을 적던데, 참 그 누군가가 나인가, 아무튼 평온함의 바다에 푹 빠져드는 느낌이다.
연주는 명쾌하고 정확하게 질주한다. 이는 녹음 편집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몇 번 연주해 보고서 그 중에서 가장 잘 된 것을 골라 음반에 넣어 모은 것이다. 당연히 틀리게 친 연주는 제거된다. 녹음 기술을 이용해서 완벽함을 완성한다.
이 38분 23초는 완벽하다. 최고만 모았다. 그리고 최고를 보여준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피아니스트의 흥얼거림만이 이 완벽함이 신이 아니라 사람이 이룬 것임을 알려줄 뿐이다.
시디로는 소니에서 1955년 녹음과 1981년 녹음을 합본한 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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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2CD 합본반] - ![]()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굴드 (Glenn Gould) 연주/SONY CLASSICAL |
이 음반은 LP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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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흐 : 골드베르그 변주곡 (1955년 녹음) [리마스터링 180g LP 한정반] - ![]()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굴드 (Glenn Gould) 연주/SONY CLASSIC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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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흐 : 골드베르그 변주곡 [180g LP] - ![]()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굴드 (Glenn Gould) 연주/Dol |
자켓 사진 디자인을 보면 변주 30곡처럼 총 30개의 굴드 연주 모습이 가로 6칸 세로 5줄로 배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