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감상/바흐

Glenn Gould - Bach Concerto in D Minor (After Alessandro Marcello), BWV 974 감상

러브굿42 2017. 3. 2. 09:18
[수입] J.S Bach - Piano Concertos / Glenn Gould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Vladimir Golschmann 지휘, 글렌 굴드 /소니뮤직(SonyMusic)




Glenn Gould - Bach Concerto in D Minor (After Alessandro Marcello), BWV 974 감상



음악의 깊고 서정적인 감정 세계애 빠지면 종종 현실 세계가 비루하게 느껴지면서 음악에서 펼쳐 보이는 세상으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때로는 음악이 종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데, 그 정도가 지나쳐서 절대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을 우리가 체험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마치 천사 같은 것이며 용 같은 것이다. 음악은 어느 순간 그런 존재를 느끼게 해 준다. 단지 소리 표현만으로 한없이 깊고 끝없이 펼쳐진 영원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람이 현실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상을 추구한다. 신비로운 일이다. 하루 세 끼 밥 먹고 돈 벌고 애 낳아 키우고 그러다 죽는다. 이런 삶에 만족한다면 불행을 느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만족을 못한다는 점이다. 이상을 추구해서 불행하다니. 이런 모순이라니.


예술은 밥이 아니다. 음악을 듣는다고 돈이 생기거나 애가 생기거나 자기계발이 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예술은 오히려 동물적이고 현실적인 삶 외에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바흐의 BWV 974는 편곡이다. 바흐가 작곡한 곡이 아니다. 본래는 알레산드로 마르첼로가 작곡한 오보에 협주곡 d단조다.


마르첼로가 작곡한 곡을 피아노 연주용으로 바흐가 편곡하고 글렌 굴드가 연주한다.


Glenn Gould - Bach Concerto in D Minor (After Alessandro Marcello), BWV 974


아마 대개들 이 곡의 2악장 아다지오를 가장 많이 선호하는 듯하다. 곡 전체가 아니라 특정 악장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 중에 일부를 체험하는 것은 또 다른 것이다.


굴드는 곡 전반을 무겁지 않게 연주한다. 2악장의 슬픔을 강조하다보면 음이 명쾌하지 않고 처지기 쉽다.




1악장 안단테 에 스피카토


경쾌하다. 유쾌하다. 특히 굴드 연주 특유의 명쾌함이란. 발을 빠르게 놀려서 춤이라도 추게 할 정도다.


다음 악장이 슬프게 나오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 



2악장 아다지오


음악의 빠르기는 절대로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속성이 아니다. 음악의 속도는 심리적 느낌이다. 아다지오가 아주 느리지는 않은데, 어찌된 일인지 느껴지는 음악의 속도는 무척 느리다. 그래서 실제로 연주를 지나치게 느리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굴드는 그러지 않는다.


한 음 한 음이 아주 천천히 정확히 뚜벅뚜벅 걷는 듯하다. 산책하는 듯 꾸준하고 회상하듯 아련하다. 그리고 언제 끝이 나는지도 알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 곡이 표현하는 정서의 깊이는 매혹적이다. 그러면서도 무척 단순하고 상당히 간결하다.


슬프지만 비탄에 빠지지 않는다. 감정은 하향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난다.


피아노 연주가 아닌 원곡 오보에 협주곡으로 들으면 무척 슬프다. 피아노의 맑고 명쾌한 음이 지나친 슬픔을 절제해 주는 듯하다.



3악장 프레스토


앞서의 감정을 타 털어버리고 경쾌하게 질주한다. 언제 슬퍼했냐는 듯 아주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듯 즐거움에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